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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월의 끝자락,
보도블록 틈새마다
마른 잎들이 제 몸을 비우고 눕습니다.
회색 코트 깃을 여미며
총총히 멀어지는 그대 뒷모습
나는 굳이 이름을 부르는 대신
차가워진 공기가 되어
그대 붉어진 뺨을 가만히 스치고 맙니다.
소유하지 않아도
닿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.
늦은 밤 골목길
말없이 켜진 가로등이
그대 발치에 묵묵히 길을 내어주듯이
나는 이 도시의 배경이 되어
오지 않은 첫눈처럼 서 있겠습니다.
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이
그대 어깨를 짓누를 때
가장 고요한 숨소리로
거기 머물겠습니다.
겨울이 와서
모든 것이 얼어붙고 변해가도
나는 여전히,
그대라는 풍경 속에 깃든
이름 없는 계절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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